''유리정원''문근영 ""매일 매일 살아가는게 중요하다""
2017-11-02 오후 3:11 kcr 조회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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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저는 한 여자가 있다. 식물의 엽록소를 활용한 녹혈구를 연구하는 그는,
동료에게 연구 성과를 가로채기 당하고 연인마저 뺏긴다. 상처받은 여자는
숲으로 들어가 유리정원 안에 자신을 유폐한다. 여자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그의 연구가 의도했던대로, 그렇게 점점 나무가 돼 간다.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에서 배우 문근영(30)이 연기한 '재연'이 바로
숲에서 살며 나무가 되기를 바라는 그 여자다. 영화는 시적이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은유와 상징이 곳곳에 내포돼 있다. 상처와 아픔 그리고 치유가
러닝타임을 휘감지만, 무작정 짐작하기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유리정원'은 문근영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독특한 위치에 있다. TV 드라마에서
그는 로맨스물에 집중해왔다. '청담동 앨리스'(2012) '메리는 외박 중'(2010) '
신데렐라 언니'(2010) 등이 그렇다. 평범한 작품들은 아니었지만, 장르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줬다고 할 수도 없는 작품들이다. 영화에서는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이후 11년 동안 '사도'(2015)에만 출연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선택한 신수원 감독의 새 영화는 스토리나 캐릭터, 연출방식
이나 제작환경 등 모든 부문에서 그가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문근영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똑같다"고 했다. "제 기준에서 보면
'재연'을 선택한 게 전혀 특별하지도 않고, 어떤 의미가 있지도 않아요.
전 늘 그랬듯이 제가 재밌고, 하고 싶은 걸 선택한 것죠. 재연은 그 중
하나였고요." 문근영은 그러면서 "읽는 순간 재연의 마음이 어떤 건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감이다. 물론 연기를 하려면 분석이 필요할거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재연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전 이 작품이 상처를 담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프기만 하다고 느꼈죠.
그런데 다시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위안을 주고 있었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말 없이 등을 토닥토닥해주는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했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유리정원'을 이해하는 문근영의 방식도 시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그는 최근에 바뀐 생각에 관해 들려줬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매일매일, 하루하루"라고 했다.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연기든 일상 생활이든 항상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삶에) 너무 의미를 둬서 힘들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죠. 물론 연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어떻게 살겠다는 것에서 어떻게를 빼고 그냥 살아가야
겠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문근영은 "어쩌면 이 또한 내가 고민하는 과정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시간이 흘러 지금 했던 생각이 잘못됐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변화는 '국민여동생'이던 그가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인지도,
급성구획증후군으로 수술대에 4차례 오른 투병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연히 알게 된 무명 소설가는 재연의 기이한 삶을 몰래 훔쳐 소설로 옮겼고,
스타 작가가 된다. 재연은 작가가 자신의 삶에 침입해 몰래 소설을 썼다는 걸
알게 되지만, 오히려 그에게 계속 글을 써줄 것을 원한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당신이 증명해달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재연이 앞으로 어디로 가는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예민한 감정으로 촬영했고, 가장 공을 들였어요." 문근영은 "어떤
부분에서 저와 재연은 닮아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작에 관한
질문에 "어떤 것도 정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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