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답변을 못해 드리는 변명
2018-02-01 오전 10:53 kcr 조회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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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로서 거의 30년 그리고 투자자문가로 일하기 시작한 게2000, 그러니까 벌써 한 17-18년 정도 지났습니다. 이 정도 연륜이라면사이다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속이 펑펑 뚫리는 답변을 바로바로 해 드릴 수 있어야 하는데

옛날 명의들 처럼 말입니다. 그 분들은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색만 보고도 어디가 아픈지 그리고 어떻게 고쳐줘야 하는지를알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감히 그런 분들과 견줄 수는 없는 형편이긴 하지만 어쨌든 한심하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절세 비법’이라든지 ‘족집게 투자’를 물어 오시는 분이라도 계시면 아주 쩔쩔 맵니다. 그뿐 아닙니다. 주식이나 가상화폐 같은 투자에 대해 ‘족집게 특강’을 한다고 장담하는 분들 앞에 서면 주눅이 듭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장담을 하는 분들은 정말 자기만 아는 비장의 정답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비법도 세상에 알려지면 더 이상 비법일 수 없는데 말입니다.

궁금증은 또 있습니다. 비법이 있다면 그걸 이용해 직접 돈을 벌 일이지 왜 가르쳐 주겠다고 나서는 것인지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혹시 존재하지도 않는 비법을 정답이랍시고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는 흑심은 아닐까요.

각인각색(各人各色)이란 말처럼 사람마다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릅니다. 세상을 보는 눈 또한 다양하니 목적하는 바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각자의 형편과 사정에 맞는 답이라면 몰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답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니 이해하기 힘듭니다.

정답이 있다란 말은 답은 하나 뿐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방법만 놓고 봐도 바른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KTX를 탈 수도 있고 비행기를 타도 되고 아니면 고속버스를 이용해도 됩니다.

무궁화호를 타고 가면서 옛날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길이 잘 뚫려 있으니 직접 차를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단숨에 달려가기 보다는 여러 도시, 여러 마을에 들려 구경을 하면서 쉬엄쉬엄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무슨 목적으로 가느냐 그리고 시간과 경비는 어느 정도 쓸 생각이냐에 따라 방법은 많다는 얘기입니다. 단순히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데도 이렇게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인생살이에서 맞닥 뜨리는 다른 문제들은 어떨까요. 당연히 수없이 많은 정답들이 있겠지요.

 그러니까 정답은 하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형편과 사정 그리고 목적에 맞는 여러개 중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도 가능해집니다. 세금문제나 재정문제, 이런 것들도 삶의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렇다면 내게 맞는 정답을 찾기 위해서 요모조모 살피는 것은 필수일 것 같습니다. 절세나 노후자금 아니면 어디 좋은 투자처를 알려 달라고 물으실 때 오히려 이것저것 여쭤보는 이유입니다. 답변이 사이다처럼 시원스럽지 못하다고 너무 언짢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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